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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정석"

(부동산) 최근 산업구조의 변화와 & 미분양 산업단지

[경제산책] 미분양 쌓이는 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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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위상에 점차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업장이라곤 건물 하나뿐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거대 규모 기업인 포스코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국내 산업단지는 그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돼 오는 등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최근 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이 상승함에 따라 공급과잉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산업단지 지정 면적은 1376㎢로 서울시 면적의 약 2배를 웃돈다. 이 중 분양 대상 면적은 절반이 안 되는 40% 정도이고 이 면적의 미분양률은 4.2%다. 일각에서는 4.2%의 미분양률이 높지 않은 수준인 데다가 최근 분양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미분양률 자체는 높지 않지만 그 규모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확대돼 2010년 현재 무려 46%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6%와 비교하면 다소 지나치게 높은 경향이 있다. 반면 국내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OECD의 59%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부가가치 측면에서 제조업은 2011년 들어 소폭 하락했고 서비스업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위상에 점차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업장이라곤 건물 하나뿐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거대 규모 기업인 포스코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제조업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단지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자체만 보더라도 제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 및 부지 소요 면적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공장 자동화 등으로 제조업의 취업 계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제조업체당 평균 수요 면적은 지난 10년간 약 20%가 감소했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단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지역에서 상당수의 기업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분양 이후 3년 내 공장을 지어야 하고 공장 완공 후 5년이 지나야 매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도나 경영 악화, 미등기 전매 등을 이용해 입주 이후 공장을 설립하지 않고 있는 업체가 2013년 말 기준으로 무려 7200개에 달한다. 이렇듯 산업단지의 과잉공급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투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조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해외로 이동하고 있고 이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고비용 생산구조가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임금 등 요소비용이 낮은 해외로 불가피하게 이전하고 있다. 제조업의 특성상 모기업의 해외 진출 때 협력 기업들이 함께 이동하는 곳이 많아 기업들이 떠나간 빈자리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공실 확대는 또 다른 미분양을 발생시키는 등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우량 기업 유치를 위해 지나친 특혜를 제시하는 등 출혈경쟁마저 심화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단지 미분양 문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추세적 문제일 수 있다. 즉 국내 산업이 제조업에만 치중하고 있는데 따른 문제가 가시화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국내 산업도 점차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민재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

- 이 글은 한경 비즈니스 제 97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