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늘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해서 주식시장을 ‘생물’이라 일컫기도 한다. 주식시장은 실물경제를 반영한다. 그래서 실물경제와 다르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주가는 실물(fundamental)의 변화보다 앞서 움직이는 속성이 있다. 주가는 실물보다 먼저 움직이고, 일반 투자자는 실물이 움직여야 비로소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하므로 주식시장의 변화에 시기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증시의 구조와 특성이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장이 변한다면 투자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주식 투자전략에 영향을 주는 최근의 증시 변화상 세 가지를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 증시가 세계시장에 편입되면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 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했다. 둘째, 선물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다가 2002년에는 급기야 거래소 등 주식 현물시장을 능가하게 됐다. 이제는 선물이 현물시장을 당당하게 선도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그래서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의 연계 메커니즘을 모르고는 주식 투자전략을 세울 수 없다. 셋째, 최근 몇 년 동안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활화하고 고속 통신망 보급이 확대되면서 HTS(Home Trading System)를 이용해 직접 주식을 거래하는 일반 투자자들이 급속도로 늘었다. 따라서 주가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변화와 그것이 주는 전략적 의미를 하나씩 살펴보자. 외국인의 놀라운 집중력 1956년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고 1962년 증권거래법이 제정되면서 우리 증시에도 자본시장 원리가 본격적으로 도입됐지만, 산업화 초창기에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차관 제공이나 직접 투자에 한정됐을 뿐 증시 참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외국인이 참여하지 않는 증시는 정부의 강력한 간섭과 규제에 휘둘리면서 자율성을 키우지 못했고, 이에 따라 크고 작은 세력에 의한 주가조작이 판을 쳤다. 1981년 자본 자유화 방침이 발표됐으나, 외국인이 우리 증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까지는 그로부터 15년 가까운 세월이 더 소요됐다. 1981년 외국인 전용 수익증권이 발매되기 시작했지만, 액수는 미미했다. 1984년에는 6000만달러 규모의 코리아펀드가 뉴욕 증시에 상장됐으나, 정부는 1988년에야 자본 자유화 일정을 발표했다. 국민주인 한국전력과 포항제철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1992년부터 허용됐다. 그후 주요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 허용 및 투자한도 확대 조치가 이어졌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본격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실질적 조치는 금리 자유화와 선물·옵션시장 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주가와 민감한 관계에 있는 금리를 정부에서 규제하는 상황에선 주가가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될 수 없다. 정부는 1995년 금리 자유화 3단계를 실시하고 1996년에는 주식지수 선물시장을 개장, 외국인에게 투자의 문호를 여는 효과를 가져왔다. 외국인 투자가 본격화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움직일 때 주가변동에 따른 위험분산(헤징)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선물과 옵션이다. 선물과 옵션은 주가지수와 연계되어 움직인다. 대규모 자금이 주식을 매수하면 주가가 오르지만, 매수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이 크게 난다. 따라서 이 경우 주식을 매수하면서 선물이나 옵션을 반대 방향으로 매매하면 헤징이 된다. 선물이 없다면 주가가 예상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손실을 피할 방법이 없어 자금력 있는 투자자가 우리 증시에서 움직이기 어렵다. 그래서 외국인은 선물과 옵션시장이 개장된 뒤에야 우리 증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장중에 실시간으로 공시되는 투자 주체별 매매 동향을 보면 투자 주체를 개인, 외국인, 기관의 셋으로 나눈다. 외국인에 포함되는 것으로는 미국의 뮤추얼펀드 자금과 같은 중·장기성 자금, 헤지펀드와 같은 단타성 투기세력, 내국인이 외국에 설립한 역외펀드(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등 다양하다. 이들 외국인의 매매 규모는 개인 투자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외국인 자금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우리 증시의 추세도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농후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외국인의 자금 규모는 개인의 그것보다 작지만 한 방향으로 집중하는 힘이 매우 강하다. 개인 투자자들은 매매 방향이 분산되어 힘을 내기가 어렵다. 특히 증시의 거래량이 적고 주가가 변곡점에 있을 때는 시장의 에너지가 약해 외국인 자금의 동향이 시장 추세를 결정할 만큼 충격적이다. 그래서 외국인이 움직이면 많은 내국인들이 ‘외국인 따라하기’를 한다. 외국인과 연합세력이 가세해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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