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반드시 강남으로 가야겠다는 고민해의 의지가 생각보다 강했다. 어중간은 살고 있는 집을 전세로 놓고 강남으로 이사를 갈 경우 대출을 꽤 많이 받아야 하는 데다가 아이들이 적응하기도 어려울 거라며 반대했지만 고민해는 굳건했다. “이번만큼은 꼭 내 말대로 해야겠어. 강남, 가야겠어.” 결국 어중간은 설득을 포기하고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네 식구가 모여 의견을 나누는 나름의 가풍이었다. 가족회의의 주제가 뭔지 이미 알고 있는 어울림과 어이해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억지로 자리에 앉았다. 아직 어린 어이해는 좀 덜하지만 이미 이모 때문에 이런저런 교육의 모르모트가 되었던 어울림의 표정은 완전 똥 씹은 모양새였다. 아이들의 마음을 좀 돌리려는 듯 과일과 각종 쿠키를 가득 담아내 온 고민해가 한껏 옥타브를 높인 목소리로 먼저 말을 꺼냈다. “자! 오늘은 엄마가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할 거야. 바로 너희의 미래를 위한!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기로 했어!”(18p) “그 애들 말로는 언니, 오빠들은 어학연수 준비하고 토익이나 토플, 그리고 인턴십 같은 것도 준비하느라 너무 바빠서 수업에서 내는 과제 같은 건 엄마, 아빠가 전문 선생을 사서 도와주고 그런다나 봐.” “뭐? 맙소사. 그럼 대학교 가서도 따로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거야?” “가르친다기보다는 과제 대행업 같은 거 아닐까?” “말도 안 된다, 진짜.” “근데 내 친구들 말하는 거 들어 보니까 그 애들은 무지 당연하게 생각하더라고. 언니, 오빠들도 다 과외도 받고 그런대. 특히 인턴십 가기 전에 면접을 보거나 경력을 쌓으려면 과외가 필수라나?” “아니, 무슨 과외를 받는데?” “내가 들었던 것 중에 제일 웃겼던 건, 예쁘게 웃는 과외였어.” “뭐……? 예쁘게 웃는 과외가 뭐야?” “이미지 메이킹? 뭐 그런 건데 면접 보고 그러려면 인상이 좋아야 하잖아. 그래서 본인의 얼굴에 맞는 미소 짓는 법을 알려 주는 뭐 그런 데가 있대. 거길 다니면서 웃는 표정 만드는 걸 배운다고 하더라고.” 어울림의 말을 들으며 고민해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짝 벌리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165-1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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