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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정석"

(펌) 김병만 1억집

김병만의 ‘새로운 도전’…‘1억 집짓기’ 프로젝트 현장 가보니

2013-08-02 10:27

[헤럴드경제(가평)=고승희 기자]그 남자의 삶엔 끝도 한계도 없다. ‘달인(KBS2 ’개그콘서트‘)’으로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몸도 쓰고, 머리도 쓰고 안해본 것이 없다. 경계없는 무한도전에 한때는 ‘건강 우려론’까지 제기됐다. 코너의 종영 이후 멈춘 줄 알았던 그의 도전은 ‘정글(SBS ‘정글의 법칙’)‘에서도 계속됐다. 자꾸만 사서 고생이다. 방송만 해도 모자란 하루에 따놓은 자격증만 15개. 그런 김병만(38)이 이번엔 건축가로 도전했다.

“언젠가부터 새로운 것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드는 일에 중독이 됐어요. 경험 삼아 시작한 건데 욕심이 생겼고, 흔적을 남기게 됐어요. 그 경험들이 방송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요. 건축가요? 수십명의 전문가들에게 배우는 일이에요. 지금 해낸 이 작업으로 언젠가 혼자서도 집을 짓고, 또 집을 지어드리고 싶습니다.”

경기도 가평 설악면, 서울에서 한 시간을 달려간 이 곳엔 김병만이 설계부터 공사까지 직접 참여한 전원주택 한 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아직은 모래와 자갈이 어지러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곳, “짙푸른 산들이 만들어낸 바다”와 마주하고 선 아담하지만 모던한 “청담동 스타일”이다. 


모델 제의가 들어온 건축 시공사에 김병만은 특별한 제안을 했다. “모델료를 받는 대신 직접 집을 지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자신이 살 집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직접 짓고 싶었고, “1억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걸로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집을 향한 김병만의 남다른 애착도 있었다.

김병만은 시골사람이다. 전북 완주군 화산면의 작은 산골 마을 출신. 유년시절엔 포항의 바닷가에서 잠시 살기도 했다. 포항에서 집 짓는 일을 했던 아버지의 사업이 어그러진 이후 김병만과 가족들은 셋방살이를 전전했다. 빚 때문에 이사를 다닌 기억도 10여차례다. 고등학교 땐 400만원 짜리 허물어져가는 집에서 여섯 식구가 몸을 뉘였다. 아버지가 집을 짓는 일을 곁에서 지켜보던 소년은 그 때부터 꿈을 키웠다. ‘우리 집’을 갖고 싶다는 꿈이다. 뒤늦게 건국대 대학원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리고 싶었어요. 개그맨이 되고 돈을 벌어 시골에 703평 짜리 땅을 샀어요. 밭도딸린 집을 지으려고요. 아버지께 선물할 집이었죠. 작업을 진행하던 그 때 아버지가 치매로 건강이 나빠져 그 집에 살 수 없게 됐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엔 결국 그 집을 팔았어요.”


기회를 잃었지만, 김병만의 마음 한켠엔 늘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했다. 공장에서 찍어낸 똑같은 집이 아닌, 가족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돼주는 곳. 가족들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잇는 시크릿한 공간. 가장이 된 지금 김병만은 그 집을 이 곳 가평에 짓게 됐다.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늘 흙을 만지며 살고 싶었어요. 서울에 올라와 바쁜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도 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나중엔 다시 시골로 돌아가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잖아요.”

1억 집짓기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출발했다. “흔히들 전원주택은 특별한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들이 지을 수 있는 전유물처럼 생각한다”는 그는 “하지만 요즘의 집은 더이상 재산증식이나 투자의 수단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지난 2월 건축사, 시공사 대표와 만나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모듈화된 블록을 통해 직접 설계를 했다”는 그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 형태를 취하게 된 주택의 모습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ㄴ(니은)자와 ㄷ(디귿)자 형태로 만들어진 그의 모형집을 본 김병만은 이 주택을 ‘한글주택’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글처럼 누구나 쉽게 지을 수 있는 집”이라는 의미다. 

설계부터 참여한 그는 직접 굴삭기로 땅을 파고, 철근 콘크리트를 세우는 작업에 착수하며 661㎡(200평)의 부지에 아담한 2층 주택을 만들었다. 1층엔 거실과 주방이, 2층엔 사춘기가 올 딸의 방과 김병만 부부의 방으로 만들어졌다. 


1억원으로 집을 짓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병만은 “1억과 2억은 너무나 큰 차이”라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해, 누구라도 집을 짓는 일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억원에 맞춰 집을 지었다”고 했다.

20여명의 전문가의 도움과 공사현장에 직접 뛰어든 김병만이 만든 이 공간은 “튼튼하고 따뜻한 고단열 주택, 물이 새지않는 정밀한 집”이 됐다. 이중 보온밥솥의 구조로 단열을 높여 난방비가 들지 않고, 백년을 살 수 있도록 철근 콘크리트로 지었다.

김병만은 현재 서울 반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지만, 이 곳을 가족의 새로운 드림하우스로 삼을 생각이다. 물론 딸아이의 학교로 인해 서울과 가평을 오가는 생활이다. 

“비싸고 멋진 집보다는 실용적인 가족의 공간,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시크릿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집보다는 마당이 넓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마당 울타리엔 살구나무와 자두나무를 심었어요. 계절마다 계절과일을 맛볼 수 있죠. 전주에 살고 계신 어머니가 집을 가꾸는 모습에서 배웠어요. 다시 흙을 만지며 살게 됐어요.”


▶ 김병만의 ‘1억 집짓기’ 비용절감 비법은?=김병만은 1억으로 집을 지을 수 있었던 비법을 세 가지로 꼽았다. 모듈화 설계, 마감일체형 단열거푸집, 셀프 집짓기가 그것이다.

먼저 ‘모듈화 설계’는 “레고블럭 같은 모듈화된 블록으로 직접 원하는 위치에 놓으면서 손쉽게 설계를 하는” 방법이다. 어린아이도 재밌게 참여할 수 있다. 내 방의 위치를 직접 정하는 증 다양한 집안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구조 변경에 따른 공사비용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김병만은 이를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동시에 모든 건축주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마감 일체형 단열거푸집’. 이 공법은 기존의 방식과 달리 거푸집을 떼어내면 바깥쪽은 외장재가 필요없는 노출콘크리트 마감이 되고 안쪽은 단열재와 내장재가안쪽 거푸역할을 한다. 내장마감이 따로 필요없는 공법이라는 것. 실제로 김병만의 1층 현관 입구에 위치한 기둥은 연회색빛의 모던한 인테리어처럼 자리했지만, 알고보면 시간절약, 비용절감의 마감일체형 단열거푸집으로 완성된 형태였다. 비용절감의 가장 중요한 비법은 셀프 집짓기. “콘크리트 타설 같은 전문적이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지만 ‘마감일체형 단열거푸집’을 해체후 공정들은 셀프로 짓는다”는 것이다. 김병만처럼 말이다.


▶ 관리비, 난방비 정말 안 들까?=관리비와 난방비가 ‘제로’에 가깝다는 말은 고개를 갸웃하게 했지만, 김병만은 ‘관리비 제로’의 비법은 “단열, 에너지 효율, 신재생 에너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은 원래 튼튼하고, 물 안 새고, 따뜻해야 한다. 단열의 핵심은 집의 ‘기밀성’인데 이 집은 보온밥솥처럼 단열재로 집을 감싸고 있고 내벽거푸집이 단열재이기 때문에 콘크리트와 단열재가 일체화된다. 열이 새거나 결로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고단열 에너지효율 주택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뿐아니라 난방시스템은 지열을 에너지원으로 한 지열보일러를 사용하고, 전등이나 전열기구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전기도 생산하도록 했다.


shee@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사진=한글주택 공사과정, SM C&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