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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정석"

(펌) 조선경제_ 금융 기업 BEST PRACTICE

금융 기업 BEST PRACTICE | 금융위기 뚫고 지속적 성장 이룬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
기사입력 2011.03.04 19:17

    

캐나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보였으며, 금융위기를 통해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하는 모습이다. 특히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oyal Bank of Canada)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2007년 세계 23위에서 2011년 1월 현재 15위 은행으로 성장했다.

공격적 M&A로 글로벌 뱅크 성장…

고객 가치 기반한 마케팅으로 성공

 1단계 (1864~1986) 
캐나다 주요 은행으로 성장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는 캐나다 동부 도시 핼리팩스를 지역적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은행 설립 당시 핼리팩스는 미국 남북전쟁에 따른 호황을 누리던 곳으로 이미 영업 중인 다수의 은행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메르켈(J.W.Merkel)을 중심으로 한 8명의 상인들은 그들을 위한 다양한 은행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1864년 상업은행(Merchants Bank)을 설립했다. 상업은행은 1869년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일반 대중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1901년 은행명을 지금의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이하 RBC)로 변경했다. RBC는 1910년부터 캐나다 내 영업 영역 확대를 위해 핼리팩스의 유니언 뱅크 오브 핼리팩스(1910), 토론토의 트레이더스 뱅크 오브 캐나다(Traders Bank of Canada, 1912), 퀘벡의 퀘벡은행(Quebec Bank, 1917)과 연이어 합병하면서 캐나다 내 최대 은행으로 성장했다. 
RBC는 설립 초기부터 캐나다와 미국 이외의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화를 활발히 추진했다. 1882년에는 버뮤다 해밀턴에 해외 지점을 처음으로 개설했고, 1899년에는 쿠바 하바나에 진출했다. RBC는 1903년 쿠바의 뱅코 데 오리엔테 데 산티아고 데 쿠바(Banco de Oriente de Santiago de Cuba)를 인수, 1920년대 중반에 이미 65개의 지점을 보유하게 됐다. 이 은행은 현재 쿠바 내 가장 큰 은행으로 성장했다. 1910년 RBC는 유니온 뱅크 오브 핼리팩스가 소유하고 있던 로열 뱅크 오브 트리니다드토바고(이하 RBTT)도 같이 인수하게 되는데, RBTT는 현재까지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대형 상업 금융기관 중 하나다.

 2단계 (1987~1999) 
비은행 부문에서 확장

RBC는 1980년대 후반부터 도미니언증권 인수 등 증권사와 보험사의 지속적인 인수를 통해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부문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확대했다. RBC가 비은행 부문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캐나다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과 관계가 깊다. 
1987년 캐나다 정부는 은행이 증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RBC는 1988년 전통적으로 채권 인수, 주식 중개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당시 캐나다 최대 증권사였던 도미니언증권(현 RBC 도미니언증권)의 지분 67%를 인수하게 된다. 이를 통해 RBC는 전통적인 은행에서 벗어나 금융 그룹으로 변모할 수 있게 됐으며, 수수료를 중심으로 한 수익 모델을 새롭게 추가할 수 있게 됐다. 
또 RBC는 은행이 보험사를 소유할 수 있게 한 캐나다 법률의 변화에 발맞춰 1992년 보이저여행보험사를 인수하고 추후 웨스트버리 캐나디언 생명(1996)도 사들여 보험 부문의 강화를 꾀할 수 있었다. 한편 RBC는 1993년 로열 트러스트와의 합병을 통해 이 회사가 지닌 개인 및 기관 신탁, 증권 수탁 등의 장점들을 성공적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3단계 (2000년 이후) 
글로벌 금융 그룹으로 변모

2000년대 들어 RBC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캐나다 내 주요 금융기관에서 글로벌 금융 그룹으로 변모하게 된다. RBC는 미국 시장 진출을 우선적으로 추진했는데, 미국 시장에서 2000년 IB 중 하나인 다인 로스처 웨셀(현 RBC 웰스 매니지먼트)을 인수했고 다른 업체(터커 앤서니, 수트로, J.B.하아우어)와의 추가적 합병을 통해 미국 자본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했다. 은행 부문에서는 2001년 미 동남부 지역에 근거를 둔 센투라은행(현 RBC 은행)을 인수하고, 플랙 파이낸셜(2006), 암사우스은행(2007) 등을 추가적으로 인수했다. 이를 통해 RBC는 미국 내 40위권 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지역에 있어서도 RBC는 지속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했다. RBC는 2005년 벨기에의 기반 은행인 덱시아와 함께 조인트 벤처 형태로 RBC 덱시아 인베스터를 설립해 기관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수탁 업무 등의 사업을 시작했다. 또 2005년 영국 PB인 아바쿠스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을 인수했고, 2010년 10월 영국의 투자 운용사인 블루베이 에셋 매니지먼트를 인수해 자산관리 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기업 인수와 자생적 성장을 토대로 RBC는 캐나다 금융기관의 리더인 동시에 2010년 기준 52개국, 7만9000명의 직원을 둔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의 성공요인

자산규모 세계 30위권(2010 <더 뱅커> 기준 36위)에 해당하는 RBC는 2011년 1월 시가총액 기준 세계 15위를 기록했다. RBC의 시가총액 순위가 자산 기준 순위보다 높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RBC가 견조한 실적을 나타내며 시장의 호응을 얻어냈기에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RBC가 세계적인 금융기관으로 성장한 데에는 성공적인 M&A와 캐나다의 높은 규제 수준이 주요 동인으로 작용했다. RBC는 설립 초기부터 지속적인 M&A를 통해 PMI(인수 후 통합작업) 경험을 축적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00년대 공격적인 M&A를 추진해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또 캐나다 금융당국의 규제 수준이 높아 캐나다 내 모기지 대출 부실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던 점도 RBC 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M&A 성장 전략, 높은 수준의 규제 이외에도 RBC는 고객 가치 관리에 기반을 둔 고객관계 관리와 자산 관리 부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성장에 강점을 보였다.

고객가치관리에 기반 둔 고객관리 강점
RBC는 CRM(고객관계 관리)을 도입한 선도적인 은행 중 하나다. 1961년 캐나다 은행 중 처음으로 컴퓨터를 도입한 RBC는 1970년대 후반부터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데이터를 창조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모색했으며, 1978년 고객 데이터를 실제 수집하기 시작했다.
RBC는 1990년대 초반 1세대 데이터 웨어하우스(사용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 관리 시스템)를 구축해 매일 고객의 거래 행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 고객 세분화를 통한 고객군을 설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매스마케팅을 추진했다. 그러나 RBC가 1990년대 시행한 매스마케팅은 고객이 은행에 기대하는 개인화된 거래, 깊이 있는 거래 관계와 거리가 있었기에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이에 RBC는 고객 니즈에 맞는 마케팅을 추진할 수 있도록 CRM을 지속적으로 고도화시키는 한편, 고객군을 수백개로 세분화해 매스마케팅에서 1대 1 마케팅으로의 변화를 추진했다. 여기에는 고객 가치 관리(CVM) 개념이 도입됐는데, CVM이란 기업이 단순히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 개별 고객이 가지는 가치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 즉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객 만족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고객의 수익성을 증대시키는 개념을 말한다. 
RBC는 CVM의 개념을 적용한 다이렉트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응답률을 전반적 산업 평균인 2~4%를 훨씬 넘어선 40%까지 올렸으며, 이를 통해 매년 10% 이상의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또 RBC는 1999년 마케팅과 고객관계 관리를 담당하는 3명의 부사장 밑에 세분화된 그룹들을 책임질 핵심 경영팀을 구성했고, 2011년 현재 그룹 차원에서 판매 전략 및 지원 담당 임원을 두고 개별 금융기관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고객군에 대한 통합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했다.

강점을 바탕으로 한 단계적 해외 진출
RBC는 글로벌 차원에 있어 자산관리와 자본시장 부문에 리더가 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로 RBC 자산관리 부문(RBC 웰스 매니지먼트)은 현재 21개국에 진출해 있고, 2010년 글로벌 PB 평가기관 스콜피오 파트너십의 세계 PB 순위에서 10위 내로 진입하는 등 캐나다 내 유일한 글로벌 자산관리 회사로 성장했다. 
이와 같이 RBC 자산관리 부문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위기 당시 RBC가 보여준 일관성과 금융위기 이후 자산관리 수요 확대가 바탕이 됐다. RBC는 금융위기 파고 속에 경쟁 금융기관들이 사라지거나 국유화되는 와중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RBC의 이러한 일관적인 모습이 자산관리 부문 고객 확대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편,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문이 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금융기관들이 자산관리 분야 확충을 도모하고 있는데, 캐나다 내에서 초기부터 자산관리 부문에 강점을 가진 RBC는 전 세계적 고객의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RBC 자산 관리 부문이 세계적 PB로 성장한 또 다른 이유로는 순차적이고 점진적인 글로벌 전략을 들 수 있다. RBC 자산 관리 부문은 2000년대 초반 다인 로스처 웨셀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 금융위기 전후로 유럽 지역에,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RBC 자산관리 부문은 비즈니스 영역을 캐나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0년 9월 자산관리 비즈니스 지역을 기존의 3곳(캐나다, 미국, 영국)에서 이머징 마켓을 포함한 4곳으로 확대했다.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을 바탕으로 한 아시아 지역을 주요 전략 지역으로 선정하고, 2010년 11월에는 홍콩의 포티스 웰스 매니지먼트를 인수해 아시아 지역 영업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 RBC의 자본시장 부문(RBC 캐피탈 마켓)도 글로벌 차원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RBC 자본시장 부문은 세계 20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10위 이내로 성장한 미국 내 IB와 석유 가스 부문 등 특정 IB 분야의 성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RBC 전략이 국내 금융기관에 주는 교훈

현재 국내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CRM을 통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고, 일부 금융그룹은 g-CRM(지역 기반 고객관리 시스템)을 활용한 고객 마케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 금융기관의 마케팅은 매스마케팅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고객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대 1 마케팅을 통해 고객 수익성을 높인 RBC의 사례를 국내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개별 금융회사 차원이 아니라 금융 그룹 차원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금융 그룹 차원의 마케팅 조직을 신설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내 금융기관들은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하에 경쟁적으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RBC는 자산관리 부문을 중심으로 캐나다에서 미국, 유럽, 아시아로 순차적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RBC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점진적 해외진출 전략을 국내금융기관들이 벤치마킹해 자사의 세계화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산업팀 연구원 (sjkim@hanai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