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의 "정석"

(증시_삼성) 2013년 소니 재끼면서. 나온 기사


제 894호 (2013년 01월 14일)





소니 넘어선 삼성전자의 다음 타깃은? “승부수는 반도체…경쟁 상대는 인텔·퀄컴”

삼성전자는 20여 년 전 일본의 최고·최대 전자 업체인 소니를 벤치마크, 전략적 팔로워(follower) 전략으로 TV 사업을 전개했고 소니와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합작 사업을 영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소니를 더 이상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 같다. 소니의 창조적 기술 기반은 경쟁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 10년 성장 전략을 위한 새로운 벤치마크를 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벤치마크 타깃으로 삼은 업체는 반도체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텔이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뉴스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첫 번째,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노트북 PC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사용 비중을 볼 때 인텔의 경쟁 업체인 AMD CPU의 사용 비중이 40%로 확대된 것으로 업계에 알려진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전자신문, 2012년 12월 10일). 전체 PC용 CPU의 시장점유율은 인텔 83.3%, AMD 16.1%, VIA 0.6%로 조사됐다(머큐리리서치 2012년 11월). 시장점유율보다 높은 AMD CPU의 사용 비중 확대는 삼성전자의 다른 전략을 노출하고 있다. 과거 2년 전 삼성전자의 노트북 PC에서 AMD CPU의 사용 비중은 10%에 그쳤다. 

두 번째, 삼성전자도 CPU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구글과 협력한 노트북 PC(크롬북)에 삼성전자가 직접 생산한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했다. 인텔과 AMD의 CPU를 탑재하지 않은 노트북 PC를 출시한 것이다. 2013년 라스베이거스 전자박람회(CES) 기조연설에서 엑시노스 5옥타(Core 8개 탑재)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에 삼성전자가 자체 생산한 엑시노스 5를 장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PC뿐만 아니라 서브용 PC의 CPU를 생산하기 위해 ARM과 64비트 프로세스 라이선싱 계약을 했다. 그리고 AMD 출신의 전 엔지니어들을 영입했다. 삼성전자의 태블릿 PC, 노트북 PC, 서버 PC용 CPU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텔을 경쟁 상대로 삼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CPU 사업·OS 개발 사업도 새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오스틴 공장에 4억 달러 투자

삼성전자가 인텔을 벤치마킹하면서 경쟁 상대로 변화되는 증거는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 4억 달러(4조3000억 원) 설비투자 계획에서 나타난다. 2013년 상반기에 투자를 시작해 2014년 시스템 대규모집적회로(LSI) 추가 설비가 완공된다. 

과거 메모리 생산 공장이었던 오스틴 공장은 시스템 LSI 공장으로 전환됐으며 생산 설비도 추가되고 있다. AP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서버 PC용 AP 연구·개발(R&D)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AP 시장의 성장세가 뛰어난 퀄컴·AMD·NVIDIA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시가총액 기준으로 8위권에 진입했다. 인텔의 시가총액을 앞선 것은 당연하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300억 달러, 인텔은 1067억 달러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인텔은 반도체만 생산하는 기업이고 삼성전자는 반도체·휴대전화·전자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인텔과 유사한 통신용 반도체 생산 업체인 퀄컴은 AP 생산의 수혜를 삼성전자와 같이 누리고 있다. 퀄컴의 시가총액은 1105억 달러로 인텔을 앞서고 있다. 인텔과 퀄컴의 주가 추이는 PC 시장과 모바일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차트다. 2013년 1월 8일 기준 1년간 퀄컴의 주가는 20% 가까이 올랐지만 인텔의 주가는 20% 가까이 하락했다. 시장 변화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진행 중이다. CPU 시장인데, 이는 인텔의 시가총액을 삼성전자에 부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대의 PC를 판매하면 인텔 CPU와 마이크로소프트의 OS인 윈도 소프트웨어 비용으로 40%가 지불되는 구조였다. 삼성전자의 D램 메모리 비중은 4~7% 내외에 그치는 사업 모델이었다. 

윈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95% 이상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이고 CPU도 인텔이 85% 이상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수요와 공급 논리보다 신제품 출시와 개발 전략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또한 PC 시장이 모바일 시장으로 흡수되는 양상이 진행 중이고 삼성전자는 가장 선두 자리를 차지, 모바일 AP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다양한 업체들이 AP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등은 PC용 AP 시장 성장 잠재력 확장 기반이 될 수 있다.



투자 여력 세계 최고 수준

과거 20여 년 전 삼성전자는 소니 TV, 소니 카메라를 쫓아가면서 이들의 성장 궤적을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았다. 이제 소니는 삼성전자의 비교 대상이 되기에는 격차가 너무 벌어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향후 5~10년 정도의 시차를 두면 PC용 CPU 시장의 일정 부분을 확보할 사업 모델의 가치 사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013년 CES 기조연설 내용은 이 같은 감흥을 주기에 충분한 듯하다. 

휴대전화 시장만으로 삼성전자의 현주소를 보기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반도체 시장에서의 새로운 자리매김에 대한 궤적 추적이 필요하다. 휴대전화 시장은 이제 성장 국면에서 보급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후발 업체인 중국의 렌샹·하웨이 등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보다 반도체 시장의 변화가 향후 2~3년 삼성전자 투자에서 중요한 방점일 듯하다. 2011년 여름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출시 이후를 상상할 수도 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들은 삼성전자·퀄컴·NVIDIA·ARM·구글 등이다.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오래되고 관습적인 대응이 공룡을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OS를 개발하고 있다. ‘바다(시장점유율 3%)’에서 진척된 ‘타이젠’ OS를 인텔·리눅스 연구재단과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2013년 출시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마트폰 OS는 구글(시장점유율 72%)과 애플(시장점유율 14%)이 과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타이젠’ OS 개발에 인텔이 협력하고 있다. 경쟁자이면서 협력자로서 인텔의 위치다. ‘타이젠’ 개발에는 한국의 SK텔레콤, 일본의 NTT도코모, 영국의 보다폰, 미국의 스프린트 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공동 참여 중이다. 이제 시작점이지만 OS 시장의 시가총액 변화도 지켜봐야 할 이슈다. 


정보기술(IT) 산업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변화 속에서 빠르게 대응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강한 재무적 능력 기반도 갖춰야 하고 인적자원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제 20조 원의 현금이 매년 쌓이고 있다. 매출액 100조 원의 R&D 6%대와 200조 원의 R&D 6%는 다르다. 재무구조와 미래 투자 가치는 차별화될 수 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2위 기업은 4000억 달러대를 넘어간다. 3~14위권은 2000억 달러대다. 

시장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시가총액 규모다.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변화의 가능성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에 관한 생각을 다시 판단해 볼 수 있다. PC와 연관된 산업은 위험 요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AP와 모바일 관련된 IT 산업은 좀 더 이어질 수 있는 성장 매력도가 있다. PC 시장에서 모바일(혹은 태블릿 PC) 시장의 태동이 있기 때문이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 hoosik_min@pineinvest.co.kr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