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특집] 세계 최고 명사들의 특별 칼럼 Top 6
지난 7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창간 125주년을 맞이했다.
1889년 7월 8일 창간된 월스트리트저널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세계 현장을 누비며 각국의 주요 뉴스와 속보, 심층 기사을 보도해왔다. 비지니스와 정치, 경제, 테크놀로지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다양한 소식을 통해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력을 제공해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창간 125주년 맞이해 WSJ에서 선보인 최고의 특집기사를 한자리에 모아봤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에서부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 그리고 미국 경제학자 로렌스 서머스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명사들의 주옥같은 칼럼을 공개한다.
마크 저커버그 특별기고
“현재 인구의 3분의 1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세계 모든 이들에게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세대가 직면한 주요 도전과제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이 가져올 인류의 혁신’을 소개한다.
역사적으로 신기술의 발명이 인류 삶의 방식을 100% 변모시킨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금속활자, 라디오, TV, 휴대폰과 인터넷을 그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인구가 처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는 역사상 최대 혁신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27억명만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실정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당연하게 여기고, 대다수 인구가 머지않아 인터넷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기는 쉽지만 실상은 다르다. 전세계 모든 이들에게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세대가 직면한 주요 도전과제 중 하나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지면 친지 및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지난 2011년 맥킨지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다수의 선진국에서 인터넷이 이미 농업 및 에너지 부문보다 경제 활동의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5년 동안 GDP 성장률의 2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온라인 도구를 활용해 얻은 정보를 통해 맡은 업무를 더 잘 수행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일자리, 비즈니스, 그리고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바로 인터넷이 국가 경제의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를 연결
전세계 모든 이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면 수십억 명의 사람들과 이같은 혜택을 공유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세계 모든 인구가 인터넷의 혜택을 입게 될 경우 우리 모두의 삶도 극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일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현재 세계 인구 대다수는 인터넷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인터넷 서비스 이용 증가율이 매년 9%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데이터에 접속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대다수 국가에서 데이터 요금제가 스마트폰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2년 약정 요금제로 아이폰을 구입하면 약 2,000달러가 드는데, 그 중 데이터 요금 비용이 약 1,500달러를 차지한다(아이폰 구입 비용 약 500~600달러).
결과적으로, 이같은 막대한 데이터 비용이 매년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사용된다. 이같은 상황이 더 효율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저렴한 비용으로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또 우리가 현 상황을 바꾸지 않는 한, 머지않아 대다수 인구가 스마트폰을 오프라인상에서만 사용하면서 인터넷에는 여전히 접속하지 못하는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현재,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 중에는 위성, 드론(무인 항공기), 레이저 등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는 오지에 사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이같은 연구가 전 세계 모든 이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기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대다수 인구가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사실, 전 세계 인구의 90%는 이미 기존 무선 통신망 범위 내에 거주하고 있다. 그들 모두가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단지 인터넷 접속이 유익한 이유를 알리고,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만들면 된다.
그러나 IT 업계가 맞고 있는 도전과제는 더 저렴한 인터넷 접속 모델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이동통신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기술 선두기업들이 세운 글로벌 협력체 ‘인터넷닷오알지(Internet.org)’와 같은 기구가 이미 그같은 문제 해결에 나섰다. 바로 통신사들과 손잡고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기본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이미 전화상에서 특정 기본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라도 무료로 119에 전화를 걸어 응급의료 지원을 요청하거나 범죄를 신고할 수 있다. 미래에는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사용자라도 기본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혜택을 입게 될 것이다. 기본적인 전화 서비스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전화를 구입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앞으로 10년 내에 수십억 명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그들의 삶과 지역사회가 변모하게 될 것이다.
인류의 진보
최근 딜로이트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인터넷 접속이 보편화될 경우 1억4,0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1억6,00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아동사망률도 현저히 감소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를 아우르는 지역에서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이 가져올 가장 중요한 변화는 새로운 ‘글로벌 공동체 의식’일 수도 있다. 현재, 우리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세계 인구 3분의 1의 시각과 비전만을 접할 수 있고, 나머지 3분의 2의 창의력과 잠재력은 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이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인터넷을 통해 모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미래에 대한 보장은 없다. 앞으로 무료로 개방되는 인터넷을 확장하고 보호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성공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라는 비전의 확장 정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꿈이 손을 뻗으면 닿을만큼 가까이 와 있다. 우리가 함께 협력한다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창간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집 기사를 기고한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창업했으며 현재 페이스북 CEO직을 맡고 있다.
천재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특별 기고
영화 ‘인셉션’과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와 극장의 미래’에 관한 특별한 글 한편을 공개했다. “미래의 영화관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더 아름다울 것이다. 관객을 매료시킬, 창의적이고 새로운 인재들도 계속 우리 앞에 나타날 것.”
‘그래미의 여왕’ 테일러 스위프트 특별기고
앞으로 50년 뒤에 음악 산업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음악산업의 미래에 대해 진솔하게 예측해봤다. 장르 구분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새로운 시도가 인정받는 시대에 ‘팬 파워’의 급부상을 강조한 부분이 특히 인상깊다.
“차세대 아티스트여, 계속 팬들의 시선을 붙잡을 창의적 방법을 고안해내라”
‘그래미의 여왕’ 테일러 스위프트 특별기고 ‘음악산업의 미래’
앞으로 20년, 30년, 50년 뒤에 음악 산업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사견을 밝히기 전에 나 자신이 열의에 찬 낙관론자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둬야겠다. 나는 음악 산업이 죽지 않았고 단지 되살아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소수의 음악 업계 관계자 중 한 명이다.
많은 이들이 음반 판매의 몰락을 예언하고 음반의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앨범의 가치가 여전히 아티스트가 음악 작업에 불어넣는 혼, 그리고 아티스트가 시중에 판매될 음악에 부여하는 금전적 가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믿는다. 불법 복제 음반, 파일 공유 및 스트리밍으로 인해 음반 판매가 급감했고 모든 아티스트가 이 상황에 다르게 대처해 왔다.
최근 몇년 동안 유명 가수들이 홍보나 독점 계약의 일환으로 사실상 음악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음악 업계 뿐 아니라 내가 만나는 모든 어린 여성 가수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고 그만한 가치를 요구하기를 바란다.
음악은 예술이며 예술은 귀중하고 진귀한 것이다. 귀중하고 진귀한 것은 가치가 있다. 가치있는 것은 그만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나는 음악이 무료가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아티스트와 음반 제작사가 언젠가는 음반의 판매 가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나는 아티스트가 자신을 과소평가하거나 자신의 예술을 경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음악만 잘 팔릴 것
음반 판매를 언급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여전히 음반을 구입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필이 꽂히거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음반 등을 구입한다. 이제는 20년 전과는 달리 수백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아티스트들에게는 그같은 상황이 넘어서야 할 벽이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항상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길이 남을 음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가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팬들은 음악을 자신들의 인간 관계처럼 대하는 듯 하다. 스쳐가는 유행처럼 단지 한 순간 재미삼아 듣게 되는 음악이 있다. 라디오에서 공전의 히트를 칠 때 한달 정도 클럽과 파티에서 들으며 춤을 추다가 그런 음악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잊혀지는 그럼 곡 말이다. 또 어떤 음악과 음반은 우리 인생의 추억과도 같다. 기억속에 곱게 간직돼 있지만 과거의 추억으로 남겨진 그런 관계처럼 말이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을 내놓는 아티스트도 있다. 우리는 그같은 아티스트가 내놓은 모든 음반을 그가 은퇴할 때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자녀와 손주 세대에게도 들려준다. 팬과 그러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티스트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그러나 미래에도 여전히 그같이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아빠가 ‘비치보이스’를 즐겨 듣거나 엄마가 ‘칼리 사이먼’ 곡을 듣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팬과의 유대 관계는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면서 형성될 것이다. 커플이 서로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면 수십 년간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렇게 본다면 아티스트와 팬 사이에도 그같은 사랑이 존재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유튜브 세대에 살고 있다. 지난해에 나는 공연을 하면서 거의 모든 팬이 이미 온라인상에서 내 공연을 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팬들이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 선사하기 위해 나는 여러 명의 특별 게스트를 초청해 그들의 히트곡을 함께 불렀다. 내 세대는 TV 시청과 독서가 취미였다. 요즘 세대는 깜짝 놀라서 즐거워하고 경이감에 사로잡히기를 원한다. 나는 차세대 아티스트들이 계속 팬들의 시선을 고정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하기를 바란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무용지물이 된 것 몇 가지를 발견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싸인’이었다. 카메라가 장착된 아이폰이 탄생한 이후로 나는 싸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본 적이 없다. “요즘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셀피’(selfie: 스마트폰이나 웹 카메라 등으로 자신의 얼굴 사진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행위)뿐이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몇 명인가”가 새로운 유행인 듯 하다.
팬 파워
내 친구인 한 여배우는 최근에 영화 캐스팅에서 최종적으로 두 명만 남았을 때, 캐스팅 디렉터가 트위터 팔로워가 더 많은 배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이 음악 업계에서 트렌드가 되고 있다. 지난 2005년 내가 첫 음반 회의에 참석했을 때 나는 참석자들에게 ‘마이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사이트상에서 팬들과 직접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아티스트가 팬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음반 계약을 맺는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르 구분에 대한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요즘,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멋진 곡들은 여러 음악적 요소가 결합된 것이다. 오늘날,와일드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음악 제작의 묘미는 모든 것이 다 통용된다는 점이다. 팝 음악은 힙합처럼, 컨트리 음악은 록 음악처럼 들린다. 록 음악은 소울처럼, 포크 음악은 컨트리 음악처럼 들린다. 나는 그같은 추세가 놀라운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모든 음악적 영향력이 반영된 곡을 만들고 싶다. 나는 또 앞으로는 장르가 음악 커리어를 구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바로 지금이 매우 흥분되는 순간이다. 아티스트가 탐색해 볼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인정을 받는 시기다. 또 음악적 진보가 받아들여질 뿐 아니라 찬사를 받기도 한다. 위험 감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이 유일한 위험 요소다.
유명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은 여전할 것
나는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고 본다. 아티스트, 특히 젊은 아티스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70년대~90년대에 잘 나갔던 아티스트들은 “당시에는 이 정도로 비정상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아마 나도 언젠가 젊은 후배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또 악역 vs 천사, 귀여움 vs 섹시함의 대결 구도도 여전할 것이다. 나는 양쪽이 모두 존재하기를 기대한다. 모든 이들이 상대할 누군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나는 일선에서 물러나 늙어가면서 이 모든 일이 벌어지거나 벌어지지 않는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여전히 똑같은 낙관주의에 파묻혀 살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참, 멋진 정원도 있으면 좋겠다.
경제학자 ‘로렌스 서머스’ 특별기고
“일자리 문제는 이미 전세계가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25~54세 남성 중 6명에 1명 꼴로 실직자가 될 것” 전 미 재무장관이자 이 시대 최고의 경제학자로 손꼽히는 로렌스 서머스가 ‘일자리’를 둘러싼 미래의 추세를 진단해봤다.
[WSJ 125주년] 로렌스 서머스 특별기고 ‘일자리는 미래 최대 난제’
지금까지 수 천 년동안 강조돼 온 중대한 경제적 난제는 부족(scarcity)현상이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생산되는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이 생산해 모두가 자기몫을 가지게 하는 게 문제였다.
이제 문제는 달라졌다. 일례로 미국에는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보다 비만인 사람이 훨씬 많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닥칠 것의 전조일 뿐이다. 미래의 경제난제는 충분히 생산하는데 있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하는데 있다.
지난 100년간 농업분야에서는 실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농업분야에 고용된 미국인 근로자 비율은 100년 전에 비해 3분의 1 이상 감소해 1~2% 수준이다. 왜일까? 농업생산성이 극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음식이 넘쳐나는데도, 기계화 덕분에 농업분야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감소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수천만 인구가 제조업이나 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얻기 위해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했다. 남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연방정부가 지출한 돈은 1,000억 달러가 훌쩍 넘는다. 세계적으로는 아직 식량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미국 농업분야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제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는게 아니라 한때 농업에 종사했던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일어난 일은 다른 경제부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기업가이자 투자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마크 안드리센의 표현대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 수는 장애인연금 수령자의 수와 맞먹을 정도다. 일각에선 제조업의 부흥을 염원하기도 하며, 실제로 향후 몇 년 사이에 제조업 인력이 증가할 거라고 기대할 만한 이유도 존재한다. 하지만 장기적 추세는 바꿀 수 없을 뿐더러 이는 거의 전세계가 직면한 문제다.
농업분야에서 목도한대로 기술의 발전은 이전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훨씬 많은 것을 생산하는 일을 가능케 한다. 경쟁력 강화 면에서 다른 나라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는 중국조차 지난 20년간 제조업 인력이 감소해왔다. 그런데도 중국은 여전히 로봇공학과 3D 프린팅 기술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비스 부문은 어떤가? 다음 세대에는 택시에 운전사가 없을 것이며, 계산대는 전부 자동화될 것이고, 고객센터에서 처리하는 일은 모두 음성인식기술로 처리될 것이다. 일상적인 뉴스 기사는 로봇이 쓸 것이며, 카운셀링도 프로그램화된 전문 시스템이 대신해 줄 것이고, 금융 정보 분석도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담당할 것이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수십만명을 가르치게 될 것이며 숙제는 학생 개인별 강점과 약점에 맞춰 소프트웨어가 내 줄 것이다.
농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생산성 증대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다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혁명이 미칠 파급효과가 과거 농업 혁명보다 더 지대할 거라고 믿을 이유는 많다.
소프트웨어 혁명은 훨씬 빠른 속도로, 훨씬 넓은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업분야를 떠난 근로자들은 제조업이나 서비스 부문의 다양한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문보다 일자리를 없애는 부문이 더 많다. 또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어디에나 적용된다는 건 소프트웨어 혁명으로 생겨나는 업계와 일자리가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다. VCR이 극장업계에 좋지 않을 수 있지만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는 주요 일자리 창출 사업자란 설명을 들었던 게 결코 오래전 얘기가 아니다.
고용시장에 일고 있는 근심스러운 추세
일자리 문제는 이미 미국이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미국 25~54세 남성층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이 연령층은 당연히 직업을 갖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고찰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약 50년 전만해도 이 나이대 남성 20명 중 실직자는 1명 꼴이었다. 그때 이후 노동인구는 훨씬 건강해졌고 교육수준도 높아졌다. 실제로 향후 두 세대 동안 일어날 일 가운데서 교육수준의 향상만큼 놀라운 진전을 보인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제가 정상궤도로 돌아갈 경우 25~54세 남성 중 6명에 1명 꼴로 실직자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다음 세대에는 어느 때고 중년 남성의 4분의 1이 실직자가 된다. 이는 남성 절반 이상이 한창 일할 나이에 1년 이상 실직을 경험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같은 실직 기간을 보낸 이들에게 고용시장이 다시 일자리를 제공할 확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파악된 바 없지만, 1930년대 대공황 때문에 오랫동안 실직 상태였던 남성들의 경험을 되짚어보면 근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경제정책 수립에 있어서 어려움은 소득과 구매력, 그리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글래드스톤 수상과 비스마르크 수상, 두 명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변모시켰다. 정보화 시대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들이 펼쳤던 것과 같은 경제정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창간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집 기사를 기고한 로렌스 서머스는 하버드대 찰스 W. 엘리엇 교수이자 전 미 재무장관이다.
디즈니 CEO 특별기고
세계 최고의 혁신가 월트 디즈니는 1950년대 당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인 ‘테마파크’를 소개했다. 멋진 이야기를 원하는 인간의 욕구는 수백년간 이어져왔다는 것을 그는 간파한 것. 스토리텔링에서 미래를 본 그의 비전을 소개한다.
[WSJ 125주년] 디즈니 CEO 특별기고 ‘스토리텔링은 IT의 미래’
디즈니랜드 개장 이듬해인 1956년, 월트 디즈니는 반세기 후 엔터테인먼트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라는 질문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혁신가 중 한 명인 월트는 그때 막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레저 엔터테인먼트, 테마파크를 소개한 참이었다. 하지만 월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에 미래 예측은 자신의 능력 밖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수백 년 간 이어져 온, 멋진 이야기를 원하는 인간의 욕구는 앞으로 수세대 동안 계속될 것이며, 놀라운 방식으로 이 동화를 현실로 만드는 신기술이 이 욕구를 강화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월트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미래 예측에 능했다. 그로부터 60년 뒤, 기술이 창의력의 한계를 넓히고 엔터테인먼트와 레저의 기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는 전에 없던 혁신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들이 우리의 시간과 시선을 빼앗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월트가 예측했듯 스토리텔링으로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계속됐다. 우리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자연히 끌린다. 모험과 영웅, 사랑에 관한 동화, 위로와 도피처가 되어주는 이야기들에 끌린다. 아직도 위대한 스토리텔링은 위대한 엔터테인먼트의 기반이다.
앞으로 이런 기술과 창의성의 융합이 한때 상상할 수 없었던 경험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나도 월트처럼 예측을 하기가 꺼려진다. 하지만 몇 가지만은 확실해 보인다.
맞춤화된 경험
먼저, 한 가지를 모두에게 널리 적용하는 20세기의 개념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전 세계 혁신가들이 엔터테인먼트와 레저 경험을 맞춤화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엔터테인먼트와 레저를 우리의 취향과 일정에 맞게 바꾸고 이것을 즉시 친구, 가족, 디지털로 연결된 지구공동체와 공유할 수 있다. 즉, 우리는 내가 ‘기술활용적 레저’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스토리텔링과 모바일 엔터테인먼트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오늘날 가능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풍부하고 강렬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지리적 위치는 더 이상 엔터테인먼트의 장벽이 되지 못한다. 레저의 지리적 범위는 무한해질 것이다.
곧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이는 기술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우리를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로 흡수시키거나 그 세계와 경험을 우리의 삶으로 투사하는 기술이다. 본질적으로 엔터테인먼트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통해 엄청나게 강화될 것이다. 우리를 가상의 세계로 데려가거나 가상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로 가져오는 일은 우리가 아직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러의 짐을 덜어주면서 스토리텔링의 경계를 폭발적으로 확장시킬 것이다.
문제는 무엇일까? 기술은 우리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쓰는 시간을 깎아먹고 우리의 주의를 빼앗아감으로써 우리 삶을 침범할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술 도구들을 포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휴가에 가서 IT 제품을 전혀 쓰지 않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없을 것이다. 우리 삶에서 기술이 더 흔해질수록 우리는 기술이 우리의 여가 시간을 압도하거나 줄이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고치 벗어던지기
궁극적으로 기술은 고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연결을 위한 것이다. 우리가 서로 멀어지도록 부추기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결속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여야 한다. 더욱 개인화된 경험을 하기 위해 기술을 이용한다하더라도 여전히 사회적 상호작용은 기본적 욕구이며 인간성의 근본적 요소다.
그래서 우리가 극장에서든, 테마파크에서든, 스포츠 경기장에서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개인적 관계를 강화해주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엔터테인먼트 ‘이벤트’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을 바꾸거나 복제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다. 그 자리에 존재하며 그 순간에 빠져들어야만 한다.
경험은 다른 이들과 공유할 때 강화된다. 경험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그것을 음미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이벤트는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하며 이에 대한 우리의 욕구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이든 공유된 것이든 스토리텔링에 대한 인간의 사랑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엔터테인먼트의 정확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월트 디즈니의 낙관주의와 그의 믿음에 뜻을 같이한다. 앞으로 무엇이 나오든 그것은 위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정의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월스트리트저널(WSJ) 창간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집 기사를 기고한 로버트 아이거는 월트 디즈니 회장이자 CEO다.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예일대 철학교수 셸리 케이건 특별기고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극적으로 늘어나면 죽음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질까? ‘죽음학’ 강의로 유명한 예일대 교수 셸리 케이건이 특집 칼럼을 기고했다. “죽음은 늦출 수는 있어도, 부정할 수는 없다.”
[WSJ 125주년]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셸리 케이건 특별기고
죽음은 그렇게 빨리 극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조건에 관한 가장 본질적인 사실(태어나고 죽는다)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죽음에 대한 제일 일반적인 태도(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영원한 삶을 바라는 욕망) 또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죽음이 극복되지는 않겠지만 미뤄질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의학이 충분히 진보해, 인간이 지금보다 40년, 60년, 또는 80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미래에 올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변화일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이는 질병으로 인한 때 이른 사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는 80세까지 살면 장수를 누렸다고 본다. 그런데 2,000년이 지난 지금도 80세까지 살면 장수했다고 간주한다. 120년, 140년, 160년 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면, 인류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죽음이 이렇게 늦춰지면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다. 우리 대부분이 육아를 하느라 성인으로서의 삶의 거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이런 사실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80년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여성의 가임 기간이 현재보다 두 배에서 세 배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래서 자녀를 지금보다 2-3배 더 많이 낳는다면 인구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녀를 두 명 정도만 낳는다면 육아 기간이 성인으로서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보다 월등히 줄어들 것이다(지금은 40%라면 미래에는 16% 정도). 그렇게 되면 우리 인생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의미가 확 줄어들까? 아니면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그리고 현조부모 등등)의 역할이 현재와 다른 새로운 의미를 띄게 될까? 지금으로써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는 없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늘어난 수명이 인간의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비슷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늘어난 시간은 어떻게 쓰이게 될까? 은퇴 이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까? 하지만 지금도 노후 자금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은퇴 이후 지금보다 80년을 더 살기 위해 충분한 금액을 저축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80년을 더 일해야 한다는 뜻일까? 하지만 지금도 은퇴만을 기다리며 억지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80년을 더 참고 일할 수 있을까? 게다가 현재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100년 동안 같은 일을 하라고 하면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직업을 바꿀 것이다. 한 50년 동안 어떤 직종에 종사했으면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제 2의 (혹은 제 3의) 커리어를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권태라는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그 누가 70살이나 80살에 말단 사원으로—초봉을 받으면서—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려고 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그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인간의 적응력은 실로 놀랍다. 다양한 사회제도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지금은 예상할 수도 없는 진기한 사회제도들이 생겨나더라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평균 수명이 80년 늘어났는데 사회가 그대로이고 우리의 삶도 지금처럼 똑같이 영위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적어도 버리자.
철학자로서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생물학과 의학이 아무리 비약적으로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육신은 언젠가는 못 쓰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이식할 장기를—아마 전신 모두—인공적으로 배양할 수 있게 된다고 상상해보자. 이렇게 되면 죽음은 한층 더 미뤄질 수 있다.
그런데 두뇌는? 아무리 건강한 두뇌도 언젠가는 고장이 날 것이다. 두뇌까지 고장나면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두뇌까지 전신을 이식 받으면, 영원한 삶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두뇌도 이식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A라는 사람의 두뇌가 노화돼서 제 능력을 다할 수 없게 되면, 과학자들은 A의 기억, 신념, 목표, 욕망 전체를 컴퓨터에 업로드 한다. 그런 다음, 이 모든 콘텐츠를 새로 이식할 두뇌에 다운로드 한다. 두뇌 이식 수술을 받고 깨어나면, A는 수술을 받기 전과 똑같은 생각, 희망,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죽음을 아주 많이 미룰 수 있게 됐다는 뜻이 아닐까?
사실 이 문제는 답하기 굉장히 힘든 질문일 수 있다. 현대 철학자들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이상학적 전제조건이 필요한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 인간이 이 순간에서 저 순간으로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수술대에서 일어난 사람이 병원으로 걸어들어간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수술대에서 깨어난 사람은 ‘복제판’에 불과하다고 본다. 자신이 수술 받기 전 인물과 동일인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슬프게도, 병원으로 걸어들어간 사람은 수술대 위에서 사망했다는 것이다.
낙관적인 견해에 초점을 맞춰서, 수술대에서 깨어난 사람이 병원으로 걸어들어간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결론을 내려보자. 그렇다면 죽음은 그저 미뤄진 것을 넘어서 극복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식을 받고 또 이식을 받으면, 영원히 살고 싶다던 인류의 오랜 욕망이 마침내 실현되지 않을까?
아니, 그런 식으로 인류의 불멸이 가능할 것 같진 않다. 언젠가 태양이 빛을 잃으면, 인류를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도 종말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늦출 수는 있어도, 부정할 수는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창간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집 기사를 기고한 셸리 케이건은 예일 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케이건 교수가 2012년 출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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